정가는 300만원이지만 그 밑에 현재 10개만 ‘30만 원으로 할인행사 중’이라고 쓰여있는 명품백이 있다. 할인 중인 가방이 3개만 남은 상태다. 가방 가격이 300만 원이었을 때는 며칠을 고민했다. 이것이 30만 원에 판매 중이고 3개밖에 안 남았다면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아서 구매 버튼을 누를 확률이 높다.
이것이 기업이 마케팅법으로 주로 쓰는 ‘닻 내리기 효과’다. 최초에 가방 가격으로 300만원이라는 정가로 닻을 내린 것이다. 가방의 가격이 최초에 35만 원으로 설정돼있었다면 과연 30만 원에 선뜻 살 수 있겠는가? 아닐 확률이 높다. 300만 원과 30만 원의 갭과 35만 원과 30만 원의 갭은 크다. 이 명품기업은 구매자로 하여금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명품백을 살 수 있다고 닻을 내린 것이다.
며칠 전 어머니께 50만원짜리 화장품을 사달라는 전화 한 통이 왔다. 10분 동안 그 화장품의 효과를 듣고 어머니는 구매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자 판매자는 그럼 40만 원에 판매하겠다고 했단다. 어머니는 10분 동안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 그래도 사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판매자는 그럼 이번은 특별히 20만 원에 팔겠다고 했단다. 어머니는 맨 처음 50만 원이었던 화장품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하셨다.
판매자는 여기에서 ‘닻 내리기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닻 내리기 기법은 최초로 제시한 기준값에 사람은 집중하게 되고 지속적인 영향을 받아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즉 최초로 받아들인 기준값 정보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하게되는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50만원인 화장품에 처음부터 관심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비싸서 선뜻 사지 못하셨던 거라면 어떨까? 아마 판매자가 화장품 가격을 40만 원으로 내렸을 때 바로 구입하셨을지도 모른다.
나는 최근 크몽에서 가격이 9만원 짜리인 전자책을 결제한 적이 있다. 판매자는 세부 페이지에, 전자책의 가격을 곧 15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써놓았다. 그리고 몇 가지 요소가 달성되면 다시 22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써놓았다. 나는 그 전자책 주제에 관심이 많았고 평가도 좋길래 가격이 9만 원일 때, 바로 지금 빨리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전자책 가격이 왜 9만원씩이나 하고, 왜 이렇게 비싼 건지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그저 22만 원이 되면 그때는 13만 원이나 더 주고 이 전자책을 볼 수 있을 거란 마음에 9만 원짜리 전자책을 결제하게 됐다. 나는 최초에 주입된 ‘9만 원’이라는 정보에 꽂힌 것이다. 그것이 15만 원이 되고, 22만 원이 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그 전자책을 다 읽어보니 사실 9만원은 너무 심했고 3만 원 정도의 퀄리티였다. 나는 왜 9만 원짜리 전자책에 대해, 내용이 정말 9만 원이나 내야 될 만큼의 정보일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책을 덜컥 구매했는지 약간 후회를 느꼈다. 그저 지금 안사면 가격은 저 멀리 높은 가격으로 뛸 것이라는 생각에 당시 제일 작은 기준값인 9만 원을 선뜻 지불해버린 것이다.
우리는 ‘닻 내리기 효과’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많다. 만약 이것을 간파하고 스스로의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을면 어떨까? 지식을 모르고 있을 때와 알고 있을 때는 다르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의식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때는 다르다.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지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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